장송, 히라노 게이치로
좋습니다.
그건 점잖게 말해서 그런거고 평소처럼 말하자면
아시발... 급.
모든 빛나는 것들은 사라지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것들은 전부 지난 세대의 유물에 불과할 뿐-.
21세기의 얘기가 아니다.
19세기의 이야기였다.
책을 읽다가 우리는 대혁명의 사생아. 라는 구절을 읽고 아, 이건 써놔야 겠다. 고 생각했다. 결국 책을 반납해버려서 기억에 의존해서 쓰고 있지만.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싶어하는 소설은 아니다. 책은 쇼팽의 장례식 장면에서 시작해서 회상 -쇼팽의 죽음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중심인물 쇼팽과 들라크루아로 (개인적으로 비중있는 서술자는 들라크루아라고 생각) 독백은 예술에 관한 내용이 많다. 그것이 들라크루아 본인의 고백이든 히라노의 상상이든 근본적으로 유효한 구석이 많다. 일기, 독백, 생각, 토론의 형태로 상당히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편.
일본소설이나 만화는 참 입밖으로 내서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상당히 직접적으로 잘 말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스스로의 저열한 점이나 눈 돌리고 싶은 점까지 후벼파는 경우도 종종 본다. 나는 종종 그러한 소설을 '입으로 논문쓴다'고 평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비해서는 꽤 좋아하는 편. 메세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굳이 고딕체로 강조하는건 좀 쪽팔렸다)
번역투 때문에 일본소설은 좀 읽기가 힘들어서 잘 읽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이런 점은 좀 덜했지만 미묘하게 빡빡한 내용으로 진도가 잘 안나가는 소설이었다. 좋은 의미다. 눈이 빠르게 글자를 읽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쳐읽고는 다읽엇당 재밌었는데 별로 기억안남 ㄳ 이라고 하는 때가 많기 때문. 특히 이 책에는 ---의 ---한 기색을 살피고 ***은 ^&%하게 행동했다. 라는 구절이 많이 나왔던 것이 왠지 인상적. 상대의 반응을 열심히 살피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매사에 이런식이라 읽는 템포가 더 늦어졌는 지도 모르겠다.
침이 고인다, 김애란
미묘.
요즘의 책은 아가씨들의 핸드백에 들어 가는 것이 관건 이라고 한다. 크고 무겁지 않게. 이 책의 장정은 그래서 작고, 가볍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게 양장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들의 핸드백에 이 책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나오는 그녀들은 그닥 잘나가지 못하는 그녀들이다. 단칸방에 사는 학원 선생이 몇인가 지나갔고 재수생과 취업 재수생이 엇갈려서 지나갔다. 아마 그것이 대한민국에 사는 상당수 그녀들의 모습이고 대개의 삶이 그렇게 구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식으로, (취업)재수생의 푸념처럼 구차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크하지 않는 집이나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도 그랬지만 쓰고 싶은 것을 어렵게 감춰서 쓰는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쉽게 씌어진 소설을 쉽게 읽는 탓인지 어쨌는지 좀 별로였다. 얇기도 얇아서 사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음...
내가 최고로 짜게 식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
선배는 머뭇거리듯 말했다.
"그런데 그녀와 헤어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땅바닥을 쳐다봤다.
"그녀가 가르쳐준 그 길이 결국 내 방에서 그녀 방까지 가는 수많은 길 중 가장 먼 길이었다는 걸 깨달았어."
세상에. 입말로 그녀를 말할 수 있다니 너희는 어느별에서 온거냐...
그년이면 그년이고 그애면 그애지 그녀를 한국땅에서 큰따옴표안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급속도로 짜게 식었다. 사극, 드라마, 소설등에서 보이는 큰다옴표안에 들어있는 문어체를 보면 두드러가기 난다. 그리고 그녀는- 사내는- 남자는- 따위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는 서술방식은 익명성을 통해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히도록 하는 방식... 이라는 말을 듣지만 이제는 그냥 '나 소설이오'하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 좋은 뜻이다.
이 소설에게는 자리가 없다. 작은 핸드백이라면 정이현 소설을 넣으면 되겠지. 다른 칙릿 소설이나. (편견에 가득찬 발언인거 인정한다. 이런분들이 가방에서 토지 꺼내면 나는 바로 짜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에 나오는 그녀들, 그녀들과 같은 사람들, 작은 핸드백 대신에 큰 서류가방에 학습지를 넣어다니고 고시실에 법전을 쌓아두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필할것 같지 않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누구도 바라지 않을 뿐더러 '진실'이라는 용어를 쓰기에 미진하다.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감상感傷에 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번에 난리쳤던 얼음과 불의 노래 4권말인데
1. 나의 존은 왜 안나오는 겅미!!!!
2. 나의 대너리스는 왜 안나오는 겅미!!!!
3. 얘는 또 누구임???
4. 번역 뭥미???
5. 내가 일권만 맡아놓으면 2권은 고이 도서관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권 빌려간 애 누구임???
OTL
3번에 대해서 변명하자면... 이 책 등장인물 일람만 60페이지로 뒤에 부록이 달려 있다.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믿어 주시오...
3권 내용도 거의 까먹어 갈 지경이다.
급속도로 읽고 급속도로 까먹는 나에게는 너무 텀이 길다.
그래서 완결나면 봐야지 하고 미룬 것이 어언 몇 책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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