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일어나지도 않는 시간에 근성있게 일어나서 아바타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조조로 봐도 너무 비싸서...
뭐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미국인들은 포카혼타스나 늑대와 함께 춤을 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젠 모두 그때 (우리가) 야만적인 짓을 했어! 라고 전 세계인이 알고 있다는 점과 이번엔 은퇴한 미해병이 주인공이라는 것, 그리고 이 영화의 무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행성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전에, 인간이 아직 포카 혼타스 때와 늑대와 함께 춤을 시절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지요.

오히려 미대륙 원주민 문화에 대한 환상 같은게 시간이 갈 수록 더해지는 느낌입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오리엔탈리즘같이. 이름을 뭐라고 붙여야 할지 모르겠는데 인디아니즘ㄱ-? 하여간 좀 위대하고 숭고하고 정신적이고 대자연과 소통하고 하나되어 살아가고 그런거. 물론 우린 안 그러고 있고 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좀 그런거 있잖아요. PC함이나 진보적임을 악세사리처럼 하고 다니는 걸 볼때의 그런 느낌. 물론 오묘한 점은 악세사리로라도 달고 다니는 게 낫다는 점이지만요... 여튼 그래서 다들 아마 스토리는 그냥 뭐 영화 시작한지 20분이면 다들 알 수 있다고들 합니다.

사실 인간은 그렇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괴물도, 이종족도, 이세계도, 악당도. 머리모양은 인디언, 얼굴은 흑인이고 다리 여섯 개인 말을 탄다고 해서, 딱히 엄청나게 다른 뭔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실 인간이 보는 영화니까, 그렇게까지 다른 무언가만을 만드는데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이 그렇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어쨌든 서사의 힘(?)대단하게도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생판 다른 파란 피부의 이종족(결국 이족보행체지만...)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고 오히려 같은 종족이 저지르는 야만에 분개하게 됩니다. 의외로 서사는 단순할 것, 고전적일 것. 인물은 특이하되 이입이 될 것. 배경은 가능한 한 모든 볼거리를 다 동원. 참 쉽죠?

말이 쉽지... 내용이 어떻든 눈버렸어! 라는 소리는 절대 나오지 않습니다. 뉴질랜드 협찬이던데 반지의 제왕 이후로도 뉴질랜드는 오오 대자연의 나라 오오.


그리고 최근의 신경&뇌 과학의 흔적을 영화에서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뇌는 사실 뉴런의 네트워크라든가. 아니면 예전같았으면 '뇌를 이식'이라는 방향으로 발전했을 상상력이 '다른 몸에 싱크로'하는 것으로 바뀐 것을 보면서 오오 과학이 진보하고 있어...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인 건 제이크가 부상을 입은후 다리 신경을 못썼을 텐데 (엄청 앙상하게 된 다리가 나오죠. 못 쓰면 바로 마름ㅠ) 다리 신경 움직이는 연습없이 그렇게 막 달릴 수 있는가, 다리 신경 움직이는 파트의 뇌는 다른 부위에 잠식당하지 않고 온전하게 남아있을 수 있었는가. (뭐 남아 있으니까 그랬던 거겠지만요.) 그리고 인간에게는 있지만 나비족에게는 없는 다섯번째 손가락. 인간에게는 없지만 나비족에게 있는 꼬리와 귀 움직이는 신경은 과연 어떻게 작용하는가- 가 개인적인 의문 사항입니다.

또 본인의 신체 뿐만아니라 외부에 접속해서 외부 생물체도 생각으로 제어하는 장면이 영화에 종종 나옵니다. 근데 그 과정이 딱히 대자연과 소통한다기 보다는 그냥 스위치에 플러그를 꽂는 레벨 아닌가 ㄱ-;; 싶은 생각이 좀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가 더 인디아니즘 같아지는 이유는 사실 대자연과 우리는 하나임 이라는 것이 다소 피상적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저와 여러분이 알고 있는 상식 레벨 그 이상의 이해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말을 탈 때도 고삐로 타면 그냥 말을 무시하는 거고 말의 더듬이에 내 더듬이 꽂아서 타면 양반입니까? 아니잖아요. 주인공이 사냥할때도 말로만 고맙다고 기도하는 것 처럼 보였는데 이후에라도 다시 진심으로 기도하는 장면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뇌와 뇌를 직접 연결해서 이해 한다면 그걸 완전한 이해라고 부를 수 있나요? 전 좀 구시대의 사람이라 사실 말로 하는 게 맞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만...

여튼 뇌를 직접 활용한 인터페이스는 개발 중입니다. 머리로 '왼쪽'이라고 생각하면 마우스가 왼쪽으로 옮겨지는 그런 것들이 전신마비 환자들을 보조하기 위해 개발 중에 있다는 영상을 얼핏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기계들의 인터페이스도 좀 더 직관적이 되어서 최근 과학의 힘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왜 멀티터치를 생각해 보세요. 예전에는 사람이 커지는 부위에 마우스를 대로 커지라고 늘렸지만 멀티터치라면 사람이 뭔가를 벌릴 때 처럼 손가락을 벌리면 화면안의 지도가 벌려지면서 확대되고 또 예전 같으면 타이핑하던 것을 요즘은 타블렛으로 그냥 종이에 쓰는 것 처럼 쓰게 되었습니다. 아마 점점 사람 머리속에 그리는 그림, 움직임과 디지털이 구현하는 움직임이 같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입니다.

참고 영상



그리고 한 마디만 더
아직도 이 영화 한 편이 그랜저(or소나타 등) 몇 대 수출 이런 개드립이 있는줄 몰랐는데
있군요
'아바타' 745억원 벌어..그랜저 1800대 판매량
`아바타` 순익 30억弗…쏘나타 300만대 수출 맞먹어

정말이지 타이타닉 소타나 40만대 수출과 맞먹어 때와 눈꼽만큼도 진보하지 못한 언론을 보니까 참... 허... 허... 스러울 따름입니다. 감독도 같고 둘다 직배라서 아마 더 이런 기사가 나는 것 같은데 지난번 명텐도 때도 그랬지만 참 볼 때마다 당혹스럽습니다. 천박함이 느껴진다고 하면 너무 공격적일지 모르겠는데, 아니 지금 신성한 예술품을 소나타같은 공산품에 비교하느냐 하는 그런 말 혹은

만약 어른들에게 "창 턱에서는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분홍빛의 벽돌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집이구나!"하고 소리친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뭔가 근본적인 이해가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런 건 그럼 소나타 만들 듯이 만드는게 아니라 하늘에서 천재 감독 하나를 내려보내서 생겨나게 만든겁니까? 극장에서 가서 그 긴 엔드크레딧을 경건하게 손모으고 서서 봐라 이 씨발 새끼들아라고 하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명텐도도 마찬가지죠. 어느날 대통령이 가라사대 저러한 게임기가 있으라 하고 한다고 해서 생겨나는게 아닙니다. 국가가 진흥한다고는 하는데 근본적인 핀트가 어긋나 있습니다.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바타와 같은 대흥행작을 만들 수 있는 감독1명' 이 아닙니다. 저런 건 육성한다고 나오는게 아니죠. 그냥 저 개인이 저런 감독이 되길 그냥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훌륭한 감독님들 많습니다. (전 영화만 생각하면 한국에서 태어나서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 제가 모르는 감독님들이 더 많을 겁니다. 국가가 육성할 수 있는 것은 100명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재가 아니라 100명 그 자체입니다. 인력, 물량, 시장을 키울 생각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다시 한 번 너네는 그 긴 엔드 크레딧을 서서 한 번 보세요. 하나하나 훌륭한 영화를 만드느냐 못 만드드냐 자체는 나라가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게임도 마찬가지 겠죠. 어릴때 부터 게임을 접하고 게임에 대한 꿈을 키우고...->여기까진 관제 학교 홍보 동영상, 진로지도자료 쯤에서는 찾아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나라가 그 꿈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해 주는가? 아마 그렇지 않겠지요. 뭔가 문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이 돈이 많이 벌리니까 하자, 라는 마인드가 너무 보여서 넌 안될거야 아마. 이런 생각 밖에 안 듭니다.
'이러이러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 와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인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자.' 의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그렇게 되면 뭔가 장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결여된 물건이 나옵니다. (ㅋㅋㅋㅋ전설의 망작 원더풀 데이즈를 봤을 때 느낀 심정입니다. 전 꽤 한이 깊군요..)이건 나라가 육성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그 문법에 익숙해지고, 창작과 소비에 전반적으로 익숙해진 다음에 비로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씨를 뿌려서 50년이나 100년 뒤에 건진다고 생각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문화에 '산업' 자가 붙고, 교육에 '인적자원'이 붙는 나라가 대한민국 입니다. 그걸 그렇게 싫어할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렇게까지 표나게 구는 것은 어쩐지 아직 좀 거부감이 듭니다.

(참고로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과학기술부로 개칭 되었습니다. 그래. 부끄러운 줄은 아는 구나)

2010/01/25 14:12 2010/01/2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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