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에브니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소돔의 아들!"이라고 외치며 가정교사에게 달려들었다. "내 누이의 처녀막을 차지하더니 이젠 내 것 까지 탐내는군요!"
비록 신장이나 주도권 면에서나 에브니저 쪽이 우세했지만 그는 벌링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벌링검은 그보다 더욱 무게가 나갔고 훨씬 더 근육이 발달했으며 격투 기술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숙련되어 있었다. 일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에브니저의 얼굴을 침대에 처박고 팔을 비틀어 그의 등 뒤로 단단히 잡았다.
그가 선언했다. "사실 말야, 에벤. 나는 너희들이 열두 살 때부터 너희들을 차지하고 싶었어. 그 정도로 너희들을 사랑했지. 앤드루는 이런 낌새를 채고 분노한 거야. 그리고 나를 해고했지. 하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맹세하건데 자네 누이는 아직 처녀야. 그리고 자네에 관해 말하자면, 자네는 내가 맘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자네를 완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자지 않을 거야. 원하지도 않고. 강간에는 나름의 기쁨이 있지. 하지만 그런 기쁨에는 자네의 우정이나 자네 누이의 사랑만한 가치가 없어."
뭐라구? 헨리 벌링검 야이 막장같은.. 아니 막장인 남자야!!
저는 아무래도 모험담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맹세코 말하건대 이 책이 헨리 벌링검의 성적 모험담은 아닙니다. 꽤나... 아니.. 상당히... 말초적인 내용 다수 있습니다만 (존나좋군!) 다시 맹세하건대 저는 이게 그냥 식민지 초기 어느 불쌍한 연초도매상이 인디언등과 낯선 문물 사이에서 겪는 모험담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단 말입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에브니저(약칭 에벤)라는 어느 불쌍한 젊은 영혼으로 자신의 사랑을 창녀 조안 토스트에게 바치겠다고 맹세한 후 순결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되다만 시인 나부랭이 입니다. 1권에서 이 되다만 시인 나부랭이 녀석이 순결 운운하다가 아버지의 명을 받고 식민지 즉 아메리카에 있는 영지로 떠나는 배를 탈 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중간에 시종의 도박으로 돈을 다 털린 다음 선원에게 털리고 (여기서 순결을 한 반쯤은 털린 것 같음 ㄱ-;) 해적에게 털리고 다시 그 해적들이 여자들만 타는 배를 털고 다시 식민지에 도착한 다음 친구에게 옷을 다 털린 다음 마차에 아가씨를 태우고 메릴랜드 이곳저곳을 순회하시는 창녀겸 포주 아줌마를 만나거나 (다행이 이 아줌마에게 털리지는 않음) 인디언 왕을 만나서 목숨이 털릴뻔 하거나 하면서 겨우 털리지 않은 것이라고는 목숨과 명목만 남은 순결_-; 인채로 메릴랜드를 돌아다니는 이야기 입니다. 게다가 중간중간에 에브니저와 헨리 벌링검이 찾아다니는 서책의 내용은 이 신대륙 탐험을 하던 두 남자가 인디언들과 ----하고 ----하거나 ----해서 위기를 탈출하는 내용들이 대다수라 책이 총체적으로 그렇고 그런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가면서 당혹감을 안겨주지만 왜 그 신문소설이 일부러 야한 것과 같은 문제는 아니고 그냥 유머수준으로 읽으면 되는 정도.. 인것 같습니다. 근데 가끔 내용이 소돔적이라... 무조건 세계명작문학전집을 신뢰하시는 학부모여러분께서는 ㅋㅋㅋㅋ 망하실지도ㅋㅋㅋㅋ 혹자는 누가 세계명작문학전집같은 변태적인것을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다, 혹은 세계명작문학전집같이 위험한 물건을 애들 읽으라고 그렇게 주냐고 하는데ㅋㅋㅋㅋ 여기서 변태적이라함은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여튼ㅋㅋㅋ 아니 그리고 그게 내용의 다는 아니지만ㅋㅋㅋ 뭐 어쨌든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재밌는 것은 아니고(...) 박진감 있음.
위의 인용문에 나오는 헨리 벌링검은 안나와 에브니저 두 남매(쌍둥이)의 전 가정교사였던 인물로 조연이지만 활약은 주인공 뺨치는.. 아니 그 이상인 친구입니다. 곳곳에 존나 멋있는것 같은 장면이 꽤 나오지만.. 흑.. 불쌍하게도 신이 그만 이 남자에게 인색하게 구셔서.. 좀 사정이 있습니다. 안나와 헨리는 꽤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작품 말미까지 놀랍게도 안나와 에브니저는 그럭저럭 순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젠장! 난 거기에 집착하고 싶지 않다고!!!! 무슨 상관이야!!! 벌링검도 어떤 의미에서는 순결한게 아닌가 싶지만 이 새낀 이미 정신이 막장임... 당최 이 벌링검이란 남자는 너무 신출귀몰해서 알고보면 벌링검인 인물이 작품내에 서너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혹시 메릴랜드에는 에브니저랑 헨리 벌링검 둘 뿐인건 아닐까... 저는 에브니저의 시종 버틀랜드 마저도 실은 벌링검이 아닐까 의심을 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여담이지만 버틀랜드 이새끼는 ㅋㅋㅋㅋㅋ 시종인데 ㅋㅋㅋㅋ 존나 상전 ㅋㅋㅋㅋㅋ)
작품의 스케일은 별로 크진 않고 작품내 등장인물이 알고봤더니 과거의 그사람!!! 전에 그사람!!! 인 전개가 많아서 좀 후반부에가면 맥이 풀리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일행이 우여곡절 끝에 목숨을 건지고 에벤은 소중한 재산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연초도매상이란 길이 남을, 실존하는 작품인 풍자시를 쓰게 됩니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원래 있던 시인 연초 도매상이란 시 를 두고 창작과정에 뻥을 튀겨서 만든 소설인 셈입니다. 작품 속에는 에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헨리 벌링검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자기 조상의 이야기, 포주 아줌마가 들려주는 어느 끝내주는 인디언과의 연애 이야기, 자신을 길러주었던 유모에관한 아버지의 이야기, 총독 아저씨가 들려주는 메릴랜드의 역사 이야기, 선교사가 들려주는 어떤 무식한 선교 이야기 따위가 모두 현재 에벤의 모험과 연결되면서 재미를 더해 줍니다. 영화화 하기는 힘든 소설이라고 하고, 또 개인적으로 제가 소설의 영화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범선이나 해적선이나 식민지 시대의 법정과 아편굴과 인디언 따위를 영화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하게했던 소설이기도 합니다.
모험이 꼭 세계를 구하는 모험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요. 제가 모험담, 그것도 이런 구시대의 모험담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한 인간의 역량, 물리적인 신체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요 저는 가내수공업적 농경생활소설도 좋아합니다. 쭝궈감성...) 내 손이 닿는 범위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일들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에 저는 아무래도 동경을 갖고 있나 봅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읽어서인지 더욱 재미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맨 위의 인용문이 다소 선정적입니다만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둘중 어느경우라도 완전히 이해하려고 하지 말게. 그러한 탐구는 헛된 거야. 그리고 지금은 그럴 시간도 없고. 자, 나와 함게 가겠어, 아니면 여기 있겠어?"
에브니저는 얼굴을 찌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마침내 말했다. "가겠어요." 그리고 벌링검과 함게 말을 매어둔 곳으로 갔다. 날씨는 사나웠다. 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남서쪽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불어오는 따뜻하고 물기 먹은 바람이 강에 거품을 일으켰고 소나무들을 채직처럼 구부렸으며 비구름을 별들이 있는 곳가지 몰고 갔다. 두 남자는 멋진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벌링검이 말 위에서 몸을 흔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하늘'이라는 단어는 잊어. 그것은 자네의 눈을 가리거든. 저쪽에는 천상의 둥근 천장 같은 건 없어."
에브니저는 눈을 두세 번 깜박였다. 벌링검의 말을 염두에 두며 그는 생애 처음으로 밤하늘을 보았다. 더이상 별들은 그의 머리 위 보호막 같은 지붕처럼 매달려 있는 검은 반구의의 점들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그는 이제 세 차원에서 바라보았다. 그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닿는 것은 깊이였다. 별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의 거리와 너비는 비교적 하찮은 것 처럼 보였다. 지금 그에게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은 비교적 가까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비교적 멀리리 있고 다른 것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저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식으로 보니 별자리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였다. 천문항법사의 거짓된 가정이 그렇듯 별자리의 특성이 가짜라는 것이 저절로 드러났고 에브니저는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더이상 상하고저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다. 별들은 그저 저기 밖에 , 그의 위에도 아래에도 있었다. 그리고 바람은 만 쪽에서가 아니라 창고 그 자체, 끝없이 길게 이어진 공간으로부터 세차게 불어오는 것 처럼 느껴졌다.
세 차원은 차라리 삼차원이라고 하는게 좀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삼차원은 또 좀 너무 요즘말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별에 대해서 거리감depth지각을 하기는 쉽지 않지요... 주변에 근거가 될 만한 사물이 없으니까... 위 인용문의 깊이depth란 x축, y축, z축 할 때의 그 z축입니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그 z축에 대해서 인식하면서 밤하늘을 올려다 본 장면입니다.
뜬금 없는 질문이지만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저는 저 구절을 읽으면서 졸업시험에 개미가 최대로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저의 생물책 구석에 써있던 것인데요 다들 그냥 한번 생각해보세요. 개미는 얼마나 멀리 볼 수 있을까요?
답은 대략 1억 5천만 킬로미터,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하자면 인간은 낮에는 1억 5천만 킬로미터 정도를 보고 밤에는 수십광년 정도의 거리를 그냥 맨눈으로 보는 셈입니다. ㅎㅎ 생각보다 인간은 멀리 보네요. 비록 저는 내일의 일도 보지 못하는 몸이지만... 어쨌든 이 생각을 하면서 봤더니 ㅎㅎ 이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