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Shop 52탄

2008/12/02 01:04


잠시,

친구를 기다리며

그 짧은 시간에 손을 댄 것이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간 나는 휴대폰에 게임이라는 것이 들어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아니, 남의 휴대폰에는 들어있으되 내 휴대폰에만은 없으리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려 친구를 기다리기까지의 그 잠시동안, 나는 뭔가 나의 무료함을 달래 줄 것을 찾다가 휴대폰에 기본으로 들어있는 SweetShop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게임은 '같은 그림 세 개이상 모아서 지우기' 류의 게임인데 여타의 게임과 조금 다른 점은 화면에 나와있는 모든 그림을 지워야 한다는 점이다. 즉 무턱대고 지워서는 안 되고 마지막 순간에 남아있는 것을 모두 모아서 지울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초반에 햄버거 그림이 사방에 흩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이 햄버거가 다 바닥에 떨어져서 한군데 붙게 되면 이때 지울 수 있다. 마지막 순간에 지울 수 없게 2조각이나 1조각이 남아 있게되면 게이머는 패배하게 된다. 즉 게이머는 밑장빼기를 적절하게 이용하여 이것들을 한 데 모아가며 아이템을 지워야 하는 것이다.

나는 불타올랐다.
과외가는 길 지하철에서 입을 벌리고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는 처자. 그것이 나였다. 허구한날 분홍색 케이크니 키세스니 이런 것들을 모아서 지우고 모아서 지웠다. 앙증맞은 이 스테이지들이 몇 개정도인가 끝나면. 꼭 주인공 여자애의 cg가(이런 것을 cg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금씩 조금씩 진보하며 케이크를 만들어 갔다.
처음에는 재료를 준비해 보아요
또 그 다음은 밀가루를 반죽해요
또 그 다음은 케이크 모양을 만들어요
또 그 다음은 오븐에 넣어요
이런식으로
나는 마치 동탁이 초선이를 한 장 한 장 벗기는 열정으로 조금씩 조금씩 케이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왕년에 벽돌깨기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나왔던 약간 옷감이 부족한 여인네들의 cg에도 집착하지 않았던 나인데! (그 당시에 내가 승부욕을 불태우지 않은 것이 너무 어려서였는지 아니면 벽돌깨기의 난이도가 나의 능력을 너무 상회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스테이지가 진행되어도 야시꾸리한 정도가 심해지지 않아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 요인이 가장 큰 듯...) 이까짓 케이크가 뭐라고 나의 도전 정신을 불태운단 말인가!

중간중간 고비가 있었지만 나는 어느덧 52탄에 도달하였다. 케이크는 이제 크림과 딸기로 마무리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조금만, 조금만 더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안 돼
깰 수가 없어

나는 절망하고 좌절했다. 수치심을 무릅쓰고 지식인에 검색도 해보았다. 더 안습인 건 나 같은 놈이 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답은 알 수 없었다. 며칠인가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지만 공책에 그려서 수업시간에 전략을 구상할 정도였으니 말은 다했다. 몇 정거장 되지않는 지하철 역을 몇번이나 오가도록 나는 여기에 매달렸던 것이다. 그러던 것도 지쳐 나는 한동안 이 게임을 봉인해 두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어느 특강시간에 뒷줄에 앉아서 졸다가 깨다가 어떤 영감을 받았다. 다름이 아니라 첫번째는 게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영감이었고 두번째는 그 분홍색 케이크를 마지막에 남기고 여차저차한 위치에 얹어야 겠다는 영감이었다. 그렇다. 여차저차해서 화면의 모든 과자조각들을 지웠다.


깼다!!!!!!!


그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탄으로 넘어가서 나의 깬 기록이 저장되기 전에...

"나는 정말 놀라운 증명 방법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여백이 좁아서 증명을 쓸 수가 없다."

이런 기분이랄까...

다행히 나의 영감이 멀쩡하고 복기가 가능하며 여백이 있으므로 후세를 위해 이 방법을 기록해둔다.

비법을 펼친다


그럼 나는 엔딩을 향해 달려가겠다
2008/12/02 01:04 2008/12/02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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